나주=2026.6.29.
건설현장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장면이 나주에서 펼쳐졌습니다. 사용자단체와 노동조합이 나란히 서서 같은 목소리를 낸 것입니다.
사단법인 호남제주철근콘크리트연합회와 전국건설노동조합 광주전남건설지부는 6월 29일 오전 10시, 나주시 빛가람동 전남광주대전환기획위원회 앞에서 지역 건설산업 활성화와 지역 기능인력 고용안정을 위한 노사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민형배 전남광주특별시장 당선인과 전남광주대전환기획위원회에 지역 건설정책 추진을 촉구했습니다.
이날 회견은 사단법인 호남제주철콘연합회 김양록 회장의 대회사로 시작됐습니다. 김 회장은 연합회를 대표해 지역 골조 전문건설업체의 생존 문제를 단순한 업계 민원이 아니라 지역 일자리, 공사 품질, 시민 안전과 직결된 정책 과제로 다뤄야 한다는 점을 전면에 세웠습니다.
평소 임금과 단체협약을 놓고 교섭 테이블에 마주 앉던 노동조합과 전문건설업체 사용자단체가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연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두 주체가 같은 자리에 선 것은 그만큼 지역 건설현장이 처한 현실이 절박하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김양록 회장, 지역업체와 지역 일자리의 공동 생존을 강조
김양록 회장은 호남·제주 철근콘크리트 업계를 대표하는 사용자단체장으로서, 지역 건설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회견의 핵심 의제로 끌어올렸습니다. 특히 골조공사는 건축물의 뼈대를 세우는 핵심 공정인 만큼 지역업체 참여와 숙련 기능인력 확보가 함께 보장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연합회는 이번 공동 요구가 특정 업체의 이해관계를 넘어 지역경제, 지역 고용, 건설현장 안전을 함께 지키기 위한 정책 제안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지역업체도, 지역 일자리도 함께 무너지고 있다
양 단체는 최근 건설경기 침체와 원청 시공사가 주도하는 최저가 낙찰제, 수도권 대형업체를 비롯한 외부업체 중심의 수주 관행으로 인해 지역 전문건설업체와 지역 건설노동자의 생존 기반이 동시에 무너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특히 공사비 절감을 이유로 무자격·미숙련 외국인력이 확대 투입되는 관행이 시공 품질 저하와 안전사고 위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두 단체는 광주 학동 붕괴참사와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가 보여주었듯, 잘못된 건설 구조는 결국 시민의 안전까지 위협한다고 밝혔습니다.
노사 공동 정책요구안 4가지
이날 두 단체가 함께 제시한 정책요구안의 핵심은 네 가지입니다.
- 지역 골조 전문건설업체 우선 선정 제도의 실질화. 지역업체 참여를 적극 추진하고, 사단법인 호남제주철근콘크리트연합회 소속 지역업체의 참여 비율을 70% 이상 확보하도록 행정지도를 실시할 것.
- 지역 기능인력 우선고용 보장. 지역업체 선정 현황뿐 아니라 지역민 고용 실적까지 관리·감독해 무자격·미숙련 외국인력의 불법고용을 근절하고 지역 건설 기능인력의 고용을 확대할 것.
- 노사정 상설 협의체 구성. 전남광주특별시와 자치구, 건설노조 광주전남건설지부, 호남제주철콘연합회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지역업체 참여 실적, 지역민 고용 실적, 적정공사금액 확보 현황, 건설현장 안전관리 실태를 정기 점검할 것.
- 적정공사금액 확보를 위한 적극 행정. 휴게시간 보장 비용, 안전관리 비용, 단체협약 이행 비용, 숙련 인력 확보를 위한 적정 노무비가 충분히 반영된 공사금액이 책정되도록 관리·감독할 것.
성장통합·균형통합의 비전은 지역업체와 지역노동자가 함께할 때 가능
두 단체는 민형배 당선인이 내세운 성장통합·균형통합·시민주권의 시정 운영 원칙을 언급하며, 이 비전은 지역경제의 실질적 주체인 지역업체와 지역노동자가 함께 성장할 때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지역 건설산업을 살리는 일은 단순한 시장 지원 정책이 아니라 지역 일자리를 지키고, 지역경제를 살리며,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라며 시정과 정책에 적극 반영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날 행사는 광주전남건설지부 유종은 사무국장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김양록 회장의 대회사, 광주전남건설지부 이준상 지부장의 기자회견문 낭독 순으로 이어졌습니다. 참석자들은 건설현장 저가하도급 근절과 적정공사비 보장, 외지업체 독식 차단과 지역업체 육성, 지역인력 고용보장과 지역일자리 확대, 적정공사비 보장을 통한 대형참사 예방을 한목소리로 외쳤습니다.
박실로 고문 노무사 "적정공사비는 시민 안전을 지키는 사회적 안전장치"
노동조합과 사용자단체가 한자리에 서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그만큼 지역 건설현장이 처한 현실이 절박하다는 뜻입니다. 골조공사는 건물의 뼈대를 세우는 공정이고, 그 일을 누가·어떤 조건에서 하느냐가 결국 건축물의 안전을 결정합니다.
적정공사비는 결코 업체의 이윤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휴게시간을 보장하고, 안전관리비를 제대로 반영하고, 숙련 인력을 붙들어 두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이며, 그것이 곧 노동자의 생명과 그 건물을 이용할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사회적 안전장치입니다.
학동과 화정의 참사는 적정공사비가 무너졌을 때 그 끝이 어디인지를 우리에게 뼈아프게 보여주었습니다. 지역업체와 지역 노동자가 함께 살아남아야 현장이 안전해지고, 그래야 중대재해도 막을 수 있습니다. 연합회 법률고문으로서 오늘 노사가 함께 내민 손이 전남광주특별시의 건설정책 속에 실질적으로 살아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회견을 마친 노사 대표단은 곧바로 전남광주대전환기획위원회와 면담을 갖고 공동 정책요구안을 전달했습니다. 지역 건설업체와 건설노동자가 함께 내놓은 이번 공동 요구가 향후 전남광주특별시의 건설정책 논의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지 관심이 모입니다.